'업계최초' 교보생명 데이터 서비스 피치, 아직은 불안한 초기 구동

교보생명에서 보험업계 최초로 사용자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해서 관심이 갔습니다. 교보생명이 3일 피치(peach)라는 서비스를 내놨는데요.

기사를 보자마자 앗, 이건 좀 해봐야겠다! 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거, 새로운 기술, 업계 최초, 좋아하거든요. 아무리 최근 통합 데이터 서비스가 유행이라고는 하나, 보험업계에서 이런 걸? 이라는 생각에 호기심도 들었고요.

보험사가 통합 데이터 서비스를?

이름이 왜 피치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왜 복숭아일까요? 기사를 여러 개 훑어봐도 이에 대한 설명은 따로 없더라고요.

뭐 그냥 상큼하고, 복숭아 알러지가 있지 않는 한 복숭아를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테니 지어졌을 거라 제 나름대로 상상해보고요.

피치는 사용자의 은행, 카드사,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과 건강 분야에 산재된 모든 정보를 불러오고, 이를 기반으로 컨설팅과 관련 교육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구체적으로 보면요, ▲손안의금융비서 ▲생애자산설계 ▲건강자금관리 ▲맞춤형금융교육 ▲Art & Culture ▲생활속 기부의 6개 카테고리로 구분이 되고요. 피치만의 강점으로 금융 교육과 예술문화 콘텐츠 제공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교보생명 피치, 뭘 제공할까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볼까요.

'손안의금융비서'는 사용자의 금융정보를 총망라한 것으로, 보험사답게 가입한 보험정보를 신용점수와 연동했습니다. 가입한 보험 내역이 자동으로 반영돼, 오래 보험을 유지한 고객은 신용점수도 올라간다고 합니다.

'생애자산설계'에서는 원하는 생애 목표를 설정하고, 소득과 지출을 토대로 그때그때 적합한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건강자금 관리'는 현재의 건강상태를 기반으로 주요 질병의 발병률과 생애 진료비 예측, 소득과 보장성향을 분석한 보험 추천이 이뤄집니다.

'맞춤형 금융교육'에서는 금융정보나 경제, 경영도서 구매현황 등의 데이터도 취합할 수 있나봅니다. 이를 토대로 맞춤형 금융교육을 해준다고 해요. 서울대 경영연구소와 공동개발했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고요.

강점으로 내세운 '아트앤 컬처'에서는 그간 교보생명 VIP 고객에게 제공됐던 클래식 공연 실황, 온라인 미술 전시 등의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생활 속 기부'는 내 소비 스타일을 분석해서 기부 분야를 추천한다고 합니다. 앱을 찾아보니 현재까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밀알복지재단, 에코피스 등이 있네요.

아직은 불안한 초기 서비스

여기저기서 이런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데, 금융사도 아니고 보험사에서 이런 시도를 한 건 나름 재밌고 참신합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개개인의 의료비 지출도 오르고,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의 적자가 엄청나다고 하는 상황이며, 그래서 실손보험 개편도 이뤄지는 중이잖아요. 의료비로 지출하는 돈이 많아지다보니 자연스레 이런 서비스가 나온 것 자체는 이해가 가는 정황입니다.

다만 업계 최초를 강조하며 야심차게 내놓은 것에 비해 실제 서비스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윗선에서 설 지나자마자 출시해!! 라고 압박한 서비스를 일단 내놓기만 한 느낌입니다. 실무진들의 고생이 눈에 선하네요. 이건 어디나 똑같겠죠...(힘내십쇼)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 어디에도 피치, peach로 검색해도 해당 앱은 없길래 다시 봤더니, 교보생명 앱을 깔아야 하더라고요.

'교보생명 모바일 창구 앱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문장이 보도자료 말미에 있길래 건너뛰었더니 이런 불상사가...이건 뭐 제 탓이기도 합니다만, 저는 기사를 봤을 때 자체 앱이 나왔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교보생명 앱을 구동하니 첫 화면에 피치에 관한 홍보가 뜹니다. 이런저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말이 나와있고요, 간단하게 통신사로 본인 인증을 한 다음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등에 산재된 나의 데이터를 통합해서 불러오기를 선택하면 됩니다.

그리고 아직 데이터 연동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4일 오전 7시 기준으로 몇 번이나 통합 데이터 연동을 해봤는데, 전체 데이터 불러오기에 실패했습니다 ㅠㅠ

제 폰의 문제는 아닐 거 같은데..다른 건 다 잘 되고 있거든요.

현재도 주거래은행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재밌게 보고 있던터라, 보험업계에서는 과연 어떤 것을 내놓았을까 궁금하고 기대했는데, 아직은 초기 단계라 이런저런 연동이 매끄럽지 않은 듯해요.

개인적으로 건강자금 탭의 건강분석과 생애 의료비 예측이 좀 궁금했었는데요.

저는 교보생명의 보험상품은 갖고 있지 않고, 6년 전엔가 DB 동부화재에서 실비 보험만 하나 들어놓은 상태인데, 이런 정보도 다 연동이 된다면 어떤 식으로 예측과 솔루션 제공이 이뤄질 수 있을지가 특히 알아보고 싶었거든요.

실비보험의 경우 자잘한 몇 건을 제외하고는, 고정적인 검진 위주로 보험료를 청구했던 터라, 과연 어떤 진단을 내놓을지가 매우 궁금합니다.

며칠 후에는 연동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겠죠? 그때 다시 한번 시도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