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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일상

편의점 재료로 초간단 야매 뱅쇼 만들기(과일 필요 없어요!)

by 오렌지 낑깡 2021.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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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도, 시나몬도 필요 없이 너무나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파는 도합 4500원어치 주스와 남은 와인으로 뱅쇼 만들기 도전기입니다. 

 

크리스마스도 왔고 날도 추우니 뱅쇼가 생각났습니다. 와인에 오렌지, 사과, 시나몬 등등 넣어서 뭉근하게 약불에서 끓여서 먹는 거잖아요. 

 

저는 2006년 겨울 처음으로 뱅쇼란 걸 봤습니다. 당시 어학연수 핑계로 놀러 갔던 유럽에서요, 크리스마스 마켓에 갔는데요. 웬 커다란 드럼통 같은 걸 갖다 놓은 가게에서 다들 줄 서서 사 마시던 게 뭔지 궁금해 저도 한번 사봤던 게 바로 뱅쇼였습니다.

 

당시에는 엑퉤퉤, 하면서 이게 뭐야! 라고 인상을 썼어요. 와인은 늘 약간 차갑게 혹은 상온 온도로 마시는 줄로만 알았거든요. 그런데 뜨겁게 덥힌 와인이라니. 정종처럼 확 올라왔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겨울이 되면 그때 생각도 나고, 한국에도 뱅쇼란 게 유행을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마침 크리스마스 당일이고, 집에 먹다 남은 와인도 있길래 뱅쇼를 만들어보려고 했는데요. 

 

인터넷을 보면 사과 한 개, 오렌지 반쪽, 팔각이나 시나몬 스틱을 넣으라고 하던데요. 혼자 사는 자취생의 냉장고엔 과일 따윈 없고, 시나몬 스틱과 팔각? 어휴. 그런 건 더더욱 없어요. 

 

근처에 롯데슈퍼마켓이 하나 있는데, 거기엔 혹시 있을까해서 가봤습니다. 흠. 그런데 사과 5~6개 한 묶음에 약 8천 원, 그리고 여기도 팔각과 시나몬 스틱은 없더라고요. 

 

제가 과일을 좋아하지 않아서, 사과 한 봉지 사면 2주 동안에도 다 먹을까말까 하거든요. 그래서 온라인에 있는 정석 레시피대는 패스. 그냥 집으로 가려고 나왔는데요, 문득 생각이 하나 스치는 거예요. 

 

반드시 생물(?)로만 하라는 법이 있는가. 우리에겐 대기업의 준비된 물품, 주스란 것이 있잖아요.

 

대략 짱구를 굴려 사과 주스와 오렌지 주스를 샀고요. 남은 게 와인 반 병이라 혹여나 포도의 맛이 부족해질까봐 포도주스도 하나 샀습니다.

 

나름 건강하게 만들겠다고 과즙 100% 쥬스로 골라샀고요, 2+1 행사를 했기 때문에, 주스 4개에 도합 4500원으로 뱅쇼 만들기가 되겠습니다. 먹다 남은 와인도 편의점에서 산 거니까요, 모든 재료의 원산지는 편의점!

 

 

네, 와인과 주스가 쪼르르 일렬종대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야매 뱅쇼 만들기를 위한 모든 재료입니다. 이걸 다 쓰지도 않아요! 남는 주스는 입 안으로 들어갈 겁니다. 

 

 

요 와인은 라벨이 이뻐서 샀는데요, 맛은 그냥그랬습니다. 생각보다 가벼운 느낌? 슬슬 질려가던 차에, 뱅쇼로 탈바꿈하게 됐네요. 

 

 

정말 초간단하게 만들 거라서요, 스뎅 냄비를 준비했습니다. 라면 냄비인데, 와인을 담그게 되다니 이런 호사가 따로 없네요. 

 

 

일단 남은 와인을 통째로 털어넣었습니다. 와인이 750ml였으니까요, 대략 350ml가 담겼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다음엔 오렌지 주스를 3분의 1 정도 부었어요. 콜드 주스 팩이 250ml니까, 100ml 좀 안 되게 부었습니다. 정확한 계량 따윈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레시피는 참고하되, 감으로 하거든요!!! 물론 요리 고자입니다!!  

 

 

오렌지 주스만 넣었을 때는 살짝 상큼한 맛? 이어 사과 주스도 넣어줬습니다. 사과 주스를 넣으니까 제가 원래 뱅쇼에서 알던 맛이 나더라고요. 

 

색깔이 아까 와인만 부었을 때보다 한껏 옅어졌네요. 

 

 

대충 휘휘 한바퀴 저은 다음에요, 인덕션에 올립니다. 뱅쇼는 팔팔 끓이는 게 아니라 약불, 중불에서 뭉근하게 오래 끓여주는 거라고 해요. 

색깔만 보면 뱅쇼인지 동지 팥죽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네요. 

 

 

처음에는 불을 일단은 최대치로 올렸다가요, 김이 슬슬 나기 시작할 때 중약불로 줄여줬습니다. 

 

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스뎅 냄비이기 때문에 혹시나 밑바닥이 탈까봐 주걱으로 가끔가다 괜히 휘휘 저어줍니다.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야 하는 거라서요, TV에는 유튜브의 어느 발레단이 공개한 호두까기 인형 풀영상을 틀어놨고요, 크리스마스다운 음악과 발레를 보며 40여 분 정도 졸여줬네요. 

 

 

 

그리고 완성! 

 

아까보다 많이 졸아든 게 보이실까요? 잘 익은 팥죽색이 됐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완성샷!!! 제가 좋아하는 라로쉐의 고블렛 잔에 담아봤습니다. 그럴듯한데요? (제눈에는요) 

 

 

오, 맛은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알콜은 당연히 다 날아갔고요, 제가 알던 그 뱅쇼 맛이 납니다!!! 오히려 한국의 여러 카페에서 사먹었던 것보다 더 괜찮은듯요...? 역시 대기업 제품, 주스의 힘일까요? 아니면 제 입맛대로 가감할 수 있어서??

 

 

취향과 와인의 남은 정도에 따라 사과주스와 오렌지 주스의 비율을 적절히 가감하시면 될 듯합니다.

 

저는 와인: 사과주스: 오렌지주스의 비율을 1:0.3:0.3으로 했어요. 와인을 기준으로 해서, 주스를 와인대비 3분의 1정도로 하면 적당한 듯합니다. 

 

사실 뱅쇼 레시피를 보면요, 사과와 오렌지를 넣고 끓이면 생각보다 달지 않아서 꿀이나 설탕도 많이 넣게 된다고 하는데요, 주스를 사면 그럴 걱정은 없겠습니다. 주스 자체가 달잖아요ㅎㅎㅎ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시나몬인데요. 집에 베이킹 등등으로 시나몬 가루가 있으신 분들은요, 다시팩에 가루를 적당히 넣고 끓여서 우려내면 되지 싶습니다. 

 

 

물론 요건 정석은 아니죠. 요리하시는 분들이 본다면 저게 뭐야! 라고 하실 수 있겠지만, 냉장고에 각종 재료가 부족한, 특히 저처럼 과일 따윈 키우지 않는 자취생들도 분위기 내보고 싶다! 하면 이런 야매를 한번 추천해봅니다. 

 

너무 쉽고 빠르고 간단하게 할 수 있거든요. 크크크. 

 

그럼 모두 즐거운 연말연시, 행복한 겨울 보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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