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란 말을 처음 들었던 때가 생각납니다. 당시 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의 버스인 줄 모르고 bus의 버스가 생각나, 아니 무슨 타요버스도 아니고 메타버스? 차세대 버스인가? 생각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어느덧 너도알고 나도알게 된 말, 메타버스. 그러나 이게 뭐다, 라고 콕 집어서 이야기하긴 어렵습니다. 싸이월드의 좀 더 나은 버전, 레디 플레이어원 같은 현실을 말하는 건가? 라고 어렴풋이 짐작할 뿐입니다.
메타버스가 돈이 된다하니 궁금하긴 한데, 대체 어디가 돈이 된다는지는 잘 모르겠고. 로블럭스라는 게임이 유명하다고 해서 유튜브에서 찾아보긴 했는데, 애들 게임이 왜 유명한지도 모르겠고. 각종 대기업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설명회니 팬미팅이니 한다는데, 대체 어떻게 로그인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대충 뭔지는 알겠는데 그래서 그게 뭔데? 라고 파고들면 역시나 실체가 없는 메타버스. 그래서 조금 더 정확하게 알아보고 싶어 찾아본 책입니다.
천그루숲에서 출판한 <메타버스, 이미 시작된 미래>입니다. 저자는 이임복이라는 분인데요, 책에 기재된 프로필을 보니 IT 관련 강의를 주로 하는 분인 듯합니다.
이 책은 크게 메타버스의 대표적인 플랫폼, 예를 들어 로블록스와 제페토 등을 설명하고 있고요. 대체불가토큰, 주로 NFT라 불리는 내용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부 산업군별로 메타버스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의견도 내놓고 있는데요.
1. 메타버스, 그래서 도대체 무엇인가
저자는 '나의 현실이 그대로 가상세계로 연결되는 게 메타버스'라고 정의합니다. 우리가 흔히 평행우주, 즉 멀티버스에 대한 개념은 아주 낯설지가 않잖아요.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도 여러 멀티버스에서 스파이더맨으로 살고 있는 여러 명의 피터 파커가 나오죠.
얼핏 생각하기엔 멀티버스가 메타버스인가?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멀티버스가 각각 개별의 현실과 자아, 실체가 각각 존재하는 데 반해, 메타버스는 하나의 자아가 여러 가상세계에서도 연장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현실세계를 바탕으로 수많은 다른 세계와 연결되는 것을 말하는데요.
그렇다면 또 궁금증이 듭니다. 아니 그렇다면 내가 알던 싸이월드 미니미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2. 메타버스란 말, 대체 왜 등장하게 됐을까
메타버스가 이렇게 대대적으로 조명받게 된 것은 2020년 6월, 그래픽카드 기업인 엔비디아 젠슨 황 때문입니다. 당시 그는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며 "메타버스는 인간의 아바타, 소프트웨어가 작용하는 공간이 될 것이며, 인터넷의 뒤를 잇는 가상현실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메타버스는 게임 속 세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메타버스에서 다운받은 청사진으로 실제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래픽카드사인 엔비디아로서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을 바탕으로 실제 현실과 온라인을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그리는 게 당연한 미래전략일 것입니다.
3. 메타버스가 주목받게 된 배경은?
굳이 엔비디아가 아니더라도, 증강현실에 기반한 새로운 소비자 경험은 오래 전부터도 예견돼 왔었던 건데요. 관념적으로 존재하던 미래기술이 우리 삶에 성큼 들어오게 된 데는 역시나 코로나19 펜데믹이 한몫했습니다.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개인과 개인간 연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온라인 화상회의시스템인 줌은 2년 전에만 해도 아는 사람이 없었으나, 지금은 웬만한 사람은 모두 한 번씩 써본 유틸이 됐습니다.
가상세계에 기반한 여러 게임, 즉 로블록스나 마인 크래프트 등이 계속해서 성장해왔고, 여기에 NFT라는 것이 메타버스의 안착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NFT란 다른 것과 교환할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원본을 의미하는데요. 메타버스 안의 여러 아이템들을 NFT를 통해 가격을 매긴다면, 이는 사고팔 수 있는 아이템이 됩니다. 그리고 세상에 단 하나뿐이며, 복제나 위변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유성을 지니고 있고요.
4. 그래서 메타버스는 뭐가 다른데?
그래도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뭐 이게 어떤 건지는 알겠는데, 그래서 싸이월드 미니미와 다를 건 대체 뭔데? 사고 파는 건 싸이월드에서도 도토리로 다 살 건 샀는데? 이게 그거 아닌가?
네, 유사한데요. 하나의 공통점과 두 개의 다른 점이 있습니다.
먼저 공통점은요, 싸이월드나 메타버스나 모두 서로 간의 소통을 전제로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싸이월드에서 일촌 파도타기를 하면서 친구들과 재잘재잘 방명록도 남기고, 게시글에 댓글도 달았었잖아요.
다른 점이 있다면, 싸이월드와 달리 메타버스는 자유도가 높고, 참여하는 사람, 즉 유저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싸이월드는 배경을 사고, 음악을 구입하면서 내 취향대로 꾸밀 수가 있었긴 하나, 어디까지나 싸이월드가 정한 틀 안에서만 꾸밀 수 있었죠. 스토어에서 파는 그 물건 그대로만 적용할 수 있었고요.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에서는 제공되는 여러 툴로 유저가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이를 다른 유저들에게 경험시킬 수 있습니다. 내가 중세 고딕양식의 성을 만들고 싶어도, 조선시대 기왓집을 만들고 싶어도, 바닷속 수중궁전을 만들고 싶어도, 모두 가능합니다.
또한, 유저가 이를 통해 스스로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싸이월드에서는 도토리를 사는 것, 포도알을 모아서 스티커로 교환하는 것 등은 가능했지만, 이를 사고팔거나 수익화할 수 없었죠.
따라서 메타버스는 보다 높은 자유도와 수익 창출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갖고 있으며, 이는 유저들의 계속된 유입과 메타버스 활성화를 가속화할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개발해서 내놓은 아이템 등등은 NFT 기술로 인해 복제 불가능하며, 대체 불가능한 아이템으로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겠고요.
때문에 아직은 게임에 한정된 메타버스가 향후에는 온라인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세계, 즉 universe로 각광받고 있는 것일 테고요.
5. 이 책은 누구에게 추천하면 좋을까?
이렇게 책의 큰 줄거리를 요약해서 정리해봤습니다.
메타버스에 대해 전혀 감이 안 오는 분들이 가볍게 읽기 좋은 입문서가 되겠습니다. 로블록스와 리니지가 어떻게 다른지만 감을 잡아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책에 자세히 나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메타버스와 NFT가 연결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요, 읽다보니 아 그렇겠구나 하고 납득이 되더라고요. 뭐, 개인적으로 아주 100% 이해가 됐다기보다는 읽기 전보다 대충은 좀 더 알겠다...? 느낌입니다. 제가 직접 체득하는 플랫폼들이 아니다보니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해요.
다만, 하나 아쉬운 점은 5장인데요. 은행과 금융업, 백화점과 마트, 제조회사와 출판사, 정부와 공공기관 등이 어떻게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저자의 의견을 제시하는 파트인데요, 아직은 그래도 낯선 파트라 그런지 구체적인 활용법 제안 방식이 조금 아쉽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다 생각해봤을 만한 정도의 제안이라서요.
그래도 메타버스에 대해 쉽게 입문하고 싶은 사람, 한번쯤 메타버스의 미래와 주식과 투자 등등을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읽어볼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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