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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지식

반성문 쓰는 법과 양식, 핵심 요소 4가지 (대필업체vs직접 작성)

by 오렌지 낑깡 2022.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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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법원에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 흔히 쓰는 것이 반성문입니다. 효과적인 반성문에 꼭 필요한 4개 쟁점 요소와 반성문 양식, 대필문 업체가 성행하는 이 시기에 대필업체를 이용할지 직접 쓰는 게 나을지를 정리해봤습니다.  

 

반성문 양식 

반성문에 정해진 틀은 없습니다. 반성문의 카테고리를 따지자면 일기나 수필에 가깝습니다. 검사나 판사에게 반성문을 제출하는 이유는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해당 사건을 저지름으로써 얼마나 후회하고 있으며, 피해자에게 얼마나 진지하게 사죄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지, 그리고 다시는 이런 사건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반성과 각오, 진심을 전하는 것이 반성문입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따라서 반성문은 본인의 솔직한 심경과 속죄의 마음을 진솔하게 전하는 것이므로 일기나 수필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수신자는 검사나 재판장이라는 점에서 사문서가 아니라 공문서로 분류되겠습니다.

 

반성문 형식은 보통 아래와 같은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혹은 검사님)께.

항상 공정한 나라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밤낮으로 애쓰시는 재판장님(검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사건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정말 면목이 없고 송구스럽습니다. 피해자에게 하루하루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하 중략)

0000년 0월 0일 
000 올림 

 

첫 줄의 검사나 판사에게 보내는 인사는 생략해도 됩니다. 사실상 예의에 해당하는 부분이지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본론인 2번째 줄부터 들어가도 됩니다. 

 

반성문의 핵심 4개 요소 

그렇다면 반성문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할까요. 선처를 받기 위한 반성문의 조건은 어떤 게 있을까요.

 

간단히 4개 요소로 정리해봤습니다. 사실 이건 대법원에서 규정한 양형위원회의 감경요소와도 일치합니다. 

 

1) 진지한 속죄 

당연한 이야기지만 반성문을 제출하는 이유는 사법부에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때문에 범죄 혐의를 부인하거나 피해자의 탓을 하는 내용을 반성문에 서술하는 것은 반성문의 기본 취지에 어긋납니다. 

 

해당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에 대해 얼마나 후회하고 있는지,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겨준 것에 대해서 얼마나 후회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빠른 회복을 바란다는 반성의 진심을 전해야 합니다. 

 

실제로 반성문을 통해 모든 범죄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함으로써 2심에서 징역형이 1심의 절반으로 감경된 사례가 있습니다. 빅뱅의 승리가 그런 케이스입니다. 

 

효과적인 반성문이 실제로 형을 감경한 사례는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반성문의 효과와 실제 형 감경 사례 분석(승리vs조주빈)

 

 

2) 해당 범죄동기에 대한 참작할 만한 사유

범죄를 저지른 것은 분명 나쁜 일입니다. 처벌받아 마땅한 일이고요. 그러나 해당 범죄를 저지르게 된 사연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건 변명과는 조금 다릅니다. 범죄에 가담하게 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사유를 기재하고, 선처를 호소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데, 이때 본인의 치밀한 계획이나 의지가 아니라 타인의 위협이나 강압에 의해 가담을 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는 양형에 참작할 만한 감경 요소가 됩니다. 반성문에는 이런 내용을 조금 더 세세하게 적으면서 당시의 심정과 상황, 후회와 자책의 마음을 기술하는 겁니다. 

 

다만, 이 경우 본인이 적극적으로 해당 범죄에 가담하지는 않았으며, 타인으로부터 어떤 강압이나 위협을 받았는지에  대한 관련 증거가 사전에 뒷받침돼야 합니다. 

 

반성문에는 당시 그럴 수밖에 없었던 본인의 사정과 환경, 다소 어쩔 수 없이 가담했지만 그에 따른 후회와 자책, 피해자에 대한 깊은 사죄와 반성이 뒤따라야 합니다. 

 

3) 형사처벌 전력 없음 

이것도 대법원에서 참고하는 감경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사람이 크고 작은 일에 처음 '한 번'은 실수할 수 있습니다. 모르고 했든 알면서도 잘못했든 사람인 이상 한 번은 잘못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절도라도 과거에 여러 번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가중 처벌되지만, 초범인 사람은 약식기소나 벌금형이 나오는 게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전에는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피의자라면 준법시민으로 살아왔음을 강조하는 것도 감경에 참고할 만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전에 크고 작은 사고를 여럿 쳤다면 이는 해당 사항이 없게 되겠지만요. 

 

4) 심신미약 

범죄를 저지르고도 일상이 평온한 사람은 드뭅니다. 양심의 가책에서든,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은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게 돼 있습니다. 

 

평생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정신과를 가서 정신과 약을 처방받아서 먹는다거나 심리상담센터에 간다거나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이후부터 혹은 피해자로부터 고소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겪은 여러 가지 힘듦, 생계적 불안과 정서적 불안 등을 서술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깊은 참회와 반성의 마음을 전달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렇게 반성문에 들어가야 할 핵심 쟁점 4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이 외에도 추가적으로 서술할 만한 게 있다면 피해자와 합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적법하게 해왔는지 등입니다. 

 

이때 피해자와 문자든 전화로든 만남이든, 피해자와 직접적으로 접촉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법률대리인을 통해서만 연락하는 게 중요합니다. 

 

합의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피해자와 직접적으로 연락을 했다가는 오히려 가중 처벌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반성문 가격과 작성: 대필업체vs 직접 작성 

반성문으로 검색하다보면 대필업체가 성행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반성문_대필뉴스
반성문 대필과 관련한 뉴스(출처: KBS)

 

일반적으로 반성문 대필업체는 건당 3만 원에서 5만 원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의뢰한 지 몇 시간, 혹은 하루 안에 받으려면 3~5만 원의 프리미엄이 더 붙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대필업체들은 문예창작가나 작가 출신 등 전문적으로 글을 쓴 사람들로 대필진을 꾸렸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반성문을 쓸 시간이 없거나 글쓰기에 자신이 없다면 대필업체를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몇 가지 리스크가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첫째, 반성문 대필업체를 이용하는 것은 엄연히 사법부의 판단에 어긋납니다.

 

반성문은 스스로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지 유려한 글빨이 반영된 문서를 갖고 오라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글을 잘 쓸 줄 모른다면 차라리 현재 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관련 샘플을 보여달라고 하는 게 빠릅니다. 그 샘플들을 참고해서 쓰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혹은 대필업체에 1, 2건을 의뢰한 다음 이를 기반으로 스스로 반성문을 써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는 있습니다.

 

대필업체 성행과 관련된 최근 뉴스(출처: 구글)

 

둘째, 반성문의 문구가 겹치거나 문장상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필업체는 글에 관한 전문가 집단이지 형을 낮춰주는 집단은 아닙니다. 그리고 감형을 위한 절박함이 피의자보다는 당연히 부족합니다. 

 

또 대필업체도 데이터 베이스가 있습니다.

 

문제은행처럼 대필을 위한 문구가 수백, 수천 건이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반성문과 겹치는 내용과 문구가 생길 경우 없다고는 보증하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 판사나 검사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하루에도 수백, 수천건의 문서를 보는 사람들이에게 '양산화된 반성문'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최악의 경우 앞장에서는 피의자가 저지른 절도죄에 대해 반성한다고 했다가, 뒷장에서는 피의자가 저지르지도 않은 성범죄에 대해서 깊은 반성을 하고 있다는 실수가 날 수도 있습니다.

 

피의자도 물론 반성문을 구매한 이후 한번 체크는 하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는 있는 일입니다. 

 

때문에 한두 건을 구매해서 참고는 할 수 있어도 모든 반성문을 대필업체로 채우는 것은 위험한 선택입니다.

 

 

특히 이 경우 사법부에서는 진지한 반성의 요소로 참작하기보다는 '돈 주고 산 반성문'이라고 판단해 형의 감경 요소로 고려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돈과 노력, 시간을 들여 반성문을 작성한 이유가 송두리째 날라가는 셈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반성문을 쓰고 이것이 효과를 보도록 하려면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담는 것이 핵심 포인트입니다.

 

반성문은 그럴듯한 모범답안을 제출하는 게 아니라 나만의 이야기를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실제로 판사와 검사의 마음을 울린 문서로 꼽힌 것은, 어느 주부가 범죄를 저지른 자신의 남편을 변호하기 위해 전지에 손톱만한 글씨로 쓴 깨알 같은 탄원서였다고 합니다. 

 

참고로, 아래는 서울경제에서 공개한 디지털 성범죄자 '박사방' 조주빈의 2021년 6월 1일 자 반성문입니다. 반성문의 형식과 내용을 참고하기에는 좋습니다.

 

내용의 유려함으로 볼 때 조주빈이 자필로 썼다고는 하나 내용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코칭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조주빈 반성문

조주빈입니다. 모두에게 사죄드리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세상 앞에 내놓는 저의 마음이 다른 목적으로 비춰져 누군가에게 또 한번의 상처가 될까 우려되었습니다. 그래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은 반성문을 통해 피해 입은 분들께 사과드리며 사회 앞엔 침묵을 지켰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나마 진심을 다해 모든 분께 말씀 전합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처음엔 세상의 손가락질이 무서워 그저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저, 스스로가 어렴풋 보였습니다. 죄스럽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욕심에 취해 양심을 등진 결과이기에 무엇도 탓할 바 없습니다. 제 죄의 무게를 인정합니다.

자신이 흐르게 한 타인의 눈물은 언젠가 자신의 마음에 비가 되어 내립니다. 지난 일년은 그 이치를 여실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제 마음속에는 아주 날카로운 비가 그칠 줄 모릅니다. 언제까지고 저는 마땅히 아프고자 합니다. 그것이 현재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며 또한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매일 재판받는 심정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절실히 뉘우치며 법적인 의무를 떠나, 피해를 갚아가길 게을리하지 않을 것 입니다. 미움만 많이 베풀며 살아온 과거가 참 많이 후회됩니다. 염치없지만 모두가 행복하길 기도하겠습니다. 모든 분께, 정말 미안합니다. 박사라는 가면 뒤에 숨어 한 없이 비열했던 제 과거가 너무 부끄럽습니다. 피해 입은 분들과 함께해주어서, 뒤틀린 죄인을 꾸짖어주셔서, 아프지만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모두에게 빚을 졌습니다.

2021. 6. 1

출처: 서울경제

 

한 가지 알아둘 점은 저렇게 잘 쓴 반성문에도 불구하고 조주빈은 감형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반성문은 분명 양형 참작에 도움이 됩니다. 기사에 따르면 반성문은 형량을 낮추는 데 63%의 도움을 줬습니다. 100건의 구형 중 반성문을 통해 63건은 형이 살짝이나마 줄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반성문을 낸다고 무조건 형이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조주빈은 저런 형태의 반성문을 140여 건을 냈음에도 형 감량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아래 포스팅에서는 반성문이 실제로 구형 완화에 도움이 된 케이스와 그렇지 못한 케이스를 다룹니다.

 

반성문의 효과와 실제 형 감경 사례 분석(승리vs조주빈)

징역, 벌금, 집행유예는 어떻게 정해질까 - 사법부의 양형기준

 

조주빈의 케이스도 포함인데요. 똑같은 반성문인데도 무엇이 달랐는지를 참고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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